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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7대 자연경관 ‘국제 사기극’ ?



지난 3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 및 관계자들이 한국공항공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세계7대자연경관‘터치스크린 전자 투표기’개막행사를 갖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고두심 홍보대사단장, 정운찬 위원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며 떠들썩했던 언론 홍보가 무색하게 수백억원대 ‘전화비 미납’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 이전부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국제적 사기’ 논란이 제기됐던 터라 이번 전화요금 논란은 예사롭지 않다.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의 쌈짓돈과 재정만 축낸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묻지마 보도’로 일관해온 일부 언론은 뒤늦게 전화요금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뉴세븐원더스( N7W) 재단 실체 파악에 나서며 호들갑이다. 사회적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이번 논란에 있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최근 ‘전화비 미납’으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김용범 의원은 지난 12일 문화관광위원회 소관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관제동원 전화투표수가 1억건으로 전화비만 200억원을 넘겼으나 N7W재단 측에 7대경관 투표요금이 납부되지 않았다”며 “만일 재단 측에 전화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최종선정이 되지 않는 것이냐”고 추궁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이와 관련 김부일 제주도 환경·경제부지사는 1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는 투표로 끝나지, 전화요금 미납과는 연관이 없다”며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투표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6월까지 요금은 KT에 납부했고 이후에는 연기를 요청해 현재까지 납부를 미루고 있다”며 “7대 경관 인증서가 제주도에 전달되면 KT와 미납요금처리를 협상하겠다”고 언급했다. 요약하면 전화비 미납은 KT와 연관이 있을 뿐, N7W재단과 상관없다는 얘기다.

전화요금 논란이 커지자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16일 “전화비를 예산으로 납부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선정 취소 논란에 대해 우 지사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룰의 따라 투표를 했기에 이상이 없다”며 “또한 전화요금은 고지서가 접수되면 제주도 예산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에 보고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우지사의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추경예산을 통해 공공전화료 30억원을 확보했으나 전화 투표비 200억원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도의 행정전화 투표 건수는 9월 말까지 1억통을 넘었으며 11월11일 마감 때까지 1억8000만통 안팎에 이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통당 198원(부가가치세 포함)인 점을 감안하면 전화요금만 200억~36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과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전화투표에 동원한 행정전화 요금을 공개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환경참여연대 또한 도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나섰다.

7대 경관 선정에 열을 올리던 도는 쩔쩔매는 모습이다. KT 쪽과 협상을 벌여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막대한 전화요금을 세금으로 지출할 경우 쏟아질 후폭풍을 우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200억원이 넘는 전화요금을 받아내야 하는 KT는 일단 “제주도와 협의해 좋은 방안을 찾겠다”며 “전화료 수입은 공익적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KT가 전화요금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언론은 7대 경관 선정 전까지 정부와 제주도의 들러리를 자처하며 침묵했다. 선정 이전부터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신뢰성과 관제 동원 전화투표로 인한 혈세낭비 등의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언론은 검증은커녕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캠페인 기간 제주KBS·MBC와 JIBS, 제민·제주·한라일보 등 지역언론 6개사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범도민추진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투표 성금 기부 운동에 나섰다. 여기엔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목을 맨 제주도정과 언론 간 암묵의 카르텔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캠페인 기간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광고가 눈에 띄었고, 검증 보도는 찾기 힘들었던 반면 제주도가 문제를 제기한 모 언론에는 창간광고를 거부하면서 ‘백지광고’ 사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9월 제주공항 도착대합실에서 제주도와 도관광협회,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를 해 달라며 관광객들에게 삼다수와 함께 홍보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최근 고영철 제주대 교수는 지역언론연구세미나에서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캠페인 보도 분석’을 발표, “2008년 8월3일부터 2011년 11월 1일까지 약 3년3개월 동안 국내 중앙일간지(조중동한경)에 실린 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기사는 도구적 지식이 대부분이고 원리지식을 실은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고 교수가 말하는 도구적지식이란 ‘인터넷투표, 전화투표 참여 방법’이고 원리지식은 ‘왜 투표해야하는가’를 뜻한다.

특히 중앙일간지들이 세계7대자연경관과 관련해 실은 기사(68건)들은 대부분 홍보대사위촉과 같은 동정기사(36.8%)나 캠페인 관련 행사 내용(48.5%)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뉴세븐원더스를 다룬 기사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이벤트나 캠페인의 성공여부는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데 주류 언론들이 이를 주목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뉴세븐원더스나 경쟁상대에 대해 모른 채 무조건 캠페인 주최측의 지시대로 ‘묻지마 전화투표’를 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사별 보도태도의 차이도 컸다. 조·중·동의 경우 ‘긍정적인 기사’가 절반 이상이었다. 이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부정적인 기사가 단 한건도 없었다. 경향신문은 중립적인 기사와 긍정적인 기사가 각각 절반가량 차지했고 한겨레의 경우 타 신문사와 비교해 ‘부정적인 기사’가 가장 많았다. 긍정적인 기사는 1건이었다.

방송 역시 다르지 않다. MBC는 선정 투표 종료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홍보에 열을 올렸고, 3~4일전부터는 MBC 바탕화면에 자막으로 D-3, D-2, D-1일 등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12일에는 <뉴스데스크>의 메인뉴스로 “이번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1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관광객의 증가로 지역경제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KBS는 14일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의 매력과 가치’를 보도했고, 같은 날 서울신문은  ‘도전과 성공까지’ 기사를 통해 선정을 축하했다.

전화비 미납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언론은 뒤늦게 검증에 나섰다. 최근 한국일보와 KBS는 전화요금 논란을 집중 보도하며 중복투표와 관제동원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신동아와 지역방송인 JIBS는 스위스 현지를 방문해 뉴세븐원더스 재단 실체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언론은 제주도 입장의 해명만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각종 의혹에도 침묵하는 언론은 의도적으로 외면을 하는 건지, 게으른 건지 의중은 알 수 없으나 주목할 점은 트위터상에 형성된 여론을 활발히 활용하면서도 그들이 제기하는 신빙성 있다고 여겨지거나 주목할 만한 의제는 ‘괴담’ 수준에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주장을 받아 적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비판적 시각에서 이를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